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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아이폰을 디자인한 남자는 왜 애플을 떠나 오픈AI로 갔나

by 박Info 2026. 7. 13.

 

2026년 7월 10일, 애플이 오픈AI를 고소했다. 영업비밀을 훔쳤다는 것이다. 소장에 이름이 오른 회사 중 하나가 'io'. 애플에서 아이폰을 빚어낸 전설적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세운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다.

묘한 그림이다. 애플을 세계 최고의 회사로 키운 디자이너가, 이제는 애플의 반대편에서 애플과 맞붙을 기기를 만들고 있다. 정작 아이브 본인은 이번 소송의 피고엔 없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엔 그가 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애플을 되살린 디자이너

영국 출신의 아이브가 애플에 들어간 건 1992년이다. 처음 몇 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가 빛을 본 건 1997년,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면서다. 두 사람은 곧바로 통했다.

첫 결과물이 1998년의 아이맥. 속이 비치는 사탕 같은 반투명 케이스에 통짜로 담긴 컴퓨터였다. 당시 베이지색 네모 상자뿐이던 PC 시장에서 이건 사건이었다. 파산 직전이던 애플은 아이맥으로 살아났다.

그 뒤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 그리고 맥북 에어. 손에 쥐는 순간 '아, 이거다' 싶은 물건들을 그는 잇따라 내놨다. 잡스가 큰 그림과 무대를 맡았다면, 그 그림을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꾼 건 아이브였다. 2015년 그는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회사 안에서 제품의 생김새와 감촉을 좌우하는, 잡스 이후 가장 강력한 디자인 권력이었다.

애플과의 이별

그런데 2019년 6월 27일, 아이브는 애플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27년 만이었다. 그는 'LoveFrom'이라는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왜 떠났는지를 두고는 말이 많았다. 애플인사이더 같은 매체들은 잡스 사후 회사 분위기가 디자인보다 운영·효율 중심으로 바뀌었고, 그 변화에 아이브가 지쳤다고 전했다. 다만 이건 주변 증언과 보도에 기댄 해석이지, 아이브가 "그래서 나갔다"고 확인해 준 대목은 아니다. 확실한 사실은 하나. 애플의 얼굴을 20년 넘게 그려온 사람이, 애플 밖으로 나갔다는 것.

흥미로운 뒷이야기 하나. 아이브가 맡던 산업디자인 총괄 자리는 에번스 행키(Evans Hankey)가 물려받았는데, 그마저 2022년 애플을 떠났다. 그리고 몇 년 뒤, 이 두 사람은 다시 한 배를 탄다.

다시 뭉친 애플 사람들, 그리고 오픈AI

아이브는 2024년,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세운다. 함께한 얼굴들이 낯익다. 애플 출신 스콧 캐넌과 탕 탄, 앞서 나온 에번스 행키까지. 애플의 물건을 만들던 사람들이 애플 밖에서 다시 모인 셈이다.

여기에 샘 올트먼의 오픈AI가 손을 내밀었다. 오픈AI는 2024년 말 io 지분 일부를 먼저 사둔 뒤, 2025년 5월 21일 회사 전체를 사들인다고 발표했다(거래는 7월 9일 마무리).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주식으로만 약 64억에서 65억 달러. 오픈AI 역사상 가장 큰 인수였다(블룸버그·CNBC 등 보도). 이미 갖고 있던 지분을 빼면 실제 추가로 치른 값은 50억 달러 안팎으로 전해진다. 아이브는 이 거래로 오픈AI의 디자인을 이끌게 됐다.

챗GPT를 만든 회사가, 아이폰을 만든 디자이너를 5조 원 넘게 주고 데려왔다. 이유는 분명하다. 소프트웨어는 있는데, 그걸 담을 '물건'이 없었으니까.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

그럼 이 조합이 만드는 건 뭘까. 보도를 종합하면, 핵심은 화면이 없는 음성 기기다. 코드명 'Sweetpea'로 알려진 첫 제품은 주머니에 넣거나 목에 걸 만한 작은 크기라고 한다. 아이팟 셔플을 떠올리면 비슷하다. 펜처럼 생긴 두 번째 기기('Gumdrop')도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생산은 폭스콘이 맡아 초기 4천만에서 5천만 대를 목표로 한다고 전해진다.

아이브가 굳이 '화면 없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재밌다. 그는 스마트폰이 사람을 화면에 붙들어 놓는 문제, 그 중독성을 오히려 풀어야 할 숙제로 본다. 겉보기엔 순진할 만큼 단순하지만 속은 똑똑한 물건. 그가 말해온 방향이 그렇다.

다만 물건은 아직 세상에 없다. 오픈AI 임원 크리스 러헤인은 올해 초 다보스에서 2026년 하반기 첫 기기를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정작 오픈AI가 법원에 낸 서류를 보면 첫 제품 출하는 아무리 빨라도 2027년 2월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심은 크고, 일정은 밀리는 중이다.

다시, 법정이야기

그리고 2026년 7월, 이야기는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다. 애플이 오픈AI와 io, 그리고 애플에서 넘어간 전 직원들을 상대로 "우리 영업비밀로 만든 기기"라며 소송을 걸었다. 애플의 제품을 만들던 사람들이 애플을 겨눌 기기를 내놓고 있고, 애플은 그걸 법정으로 끌고 왔다.

이 소송의 결말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애플의 주장이 맞는지, 오픈AI의 반박이 맞는지는 법원이 가릴 몫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이폰이라는 물건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이, 이번엔 아이폰 '다음'을 만들겠다며 옛 둥지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 그 시도가 명작이 될지 헛발질이 될지는, 화면 없는 그 작은 기기가 실제로 나와 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