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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화성 간다던 일론 머스크, 지금 어디까지 왔나

by 박Info 2026. 7. 9.

 

2001년 가을, 서른 살의 일론 머스크가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목적은 황당했다. 러시아군이 퇴역시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려는 것. 거기에 작은 로봇 온실을 얹어 화성으로 쏘아 보낼 생각이었다. 화성 흙에서 지구 식물을 키우는 장면을 중계해, 시들해진 사람들의 우주 관심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름도 지어놨다. '마스 오아시스.'

러시아 로켓 관계자들은 이 젊은 인터넷 부자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머스크 평전에 따르면 회의 자리에서 한 러시아 설계자가 이들에게 침을 뱉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처음엔 미사일 세 발에 2,100만 달러를 얘기하던 쪽이, 나중엔 한 발당 2,100만 달러를 불렀다. 협상은 깨졌다. 머스크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머스크가 노트북을 켜고 계산을 시작했다. 로켓 한 대의 실제 재료비는 시장 가격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사느니 직접 만든다. 2002년, 그렇게 스페이스X가 세워졌다.

유명한 사람과 기업의 뒷이야기를 파고드는 비하인드 스토리 시리즈, 첫 편은 머스크의 화성이다. 침 뱉음을 당하고 돌아와 로켓 회사를 차린 이 이야기는 25년에 걸쳐 "인류를 화성으로"라는 목표로 자란다. 그리고 2026년 2월, 정작 머스크가 "일단 달부터 가자"며 화성을 미룬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발언은 머스크가 진짜 한 말만 골라 따라가 보자.

왜 하필 화성이었나

머스크가 화성에 이토록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반은 공포, 반은 낭만이다.

2013년 한 강연에서 머스크는 말했다. "화성에서 죽고 싶다. 착륙하다 충돌해서 죽는 것만 아니면." 웃자고 던진 말 같지만 속뜻은 진지했다. 이듬해 인터뷰에서 진짜 논리가 나온다. 언젠가 지구에 재앙이 닥쳐 인류가 사라질 수 있으니, 생명을 여러 행성에 나눠 심어 대비하자는 것. "의식의 빛을 이어갈 의무가 있다"고까지 했다.

그렇다고 종말론자처럼 굴지는 않았다. 2016년 국제우주대회 연설에서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미래가 멋질 거라고 느끼고 싶지 않나. 우주로 뻗어가는 문명이 바로 그런 것이다." 언젠가 지구가 끝날 수 있다는 공포와, 그래도 미래는 설레야 한다는 낭만. 이 두 마음을 머스크는 20년 넘게 거의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반복해 왔다.

회사가 죽기 직전까지 갔다

다만 로켓을 직접 만드는 길은 지옥이었다.

스페이스X의 첫 로켓 팰컨1은 세 번 내리 실패했다. 2006년 첫 발사는 부식된 연료 라인 때문에 25초 만에 떨어졌다. 2007년 두 번째는 우주까지 갔지만 2단이 말을 안 들었다. 2008년 세 번째는 1단과 2단이 분리되다 서로 부딪혔다.

세 번을 말아먹는 동안 회사는 바닥까지 말랐다. 머스크는 개인 재산을 거의 다 밀어 넣은 상태였고, 하필 같은 시기 테슬라도 도산 직전이었다. 두 회사가 나란히 침몰하고 있었다.

팀은 남은 부품을 긁어모아 6주 만에 네 번째 로켓을 조립했다. 말 그대로 마지막 한 발이었다. 2008년 9월 28일, 팰컨1이 마침내 궤도에 올랐다. 민간이 만든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이었다. 머스크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그게 우리한테 남은 마지막 돈이었다. 네 번째가 됐으니 망정이지, 안 됐으면 스페이스X는 거기서 끝이었다." 회사는 살아남았고, 그해 말 NASA와 맺은 계약이 숨통을 틔웠다.

그리고 로켓을 손으로 잡기 시작했다

죽다 살아난 회사는 이후 우주 산업의 규칙을 다시 썼다.

2015년, 스페이스X는 궤도를 다녀온 팰컨9 부스터를 통째로 착륙시켰다. 로켓은 한 번 쓰고 버린다는 60년 상식이 깨진 순간이다. 2년 뒤엔 그 중고 부스터를 다시 쏘아 올렸다. 로켓을 비행기처럼 재활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8년엔 대놓고 장난 같은 일도 벌였다. 새 대형 로켓 팰컨 헤비 첫 시험 발사 때, 원래는 무게 맞추려고 콘크리트 덩어리를 싣는 자리에 머스크가 자기 빨간 테슬라 스포츠카를 통째로 실어 우주로 쏴버린 것이다. 운전석엔 우주복 입힌 마네킹 '스타맨'을 앉히고, 계기판엔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온 문구 'DON'T PANIC(당황하지 마)'을 띄웠다. 배경음악은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그 빨간 차는 지금도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 홍보 쇼였지만, 동시에 '이 회사 진짜 물건이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효과는 발사 횟수로도 드러났다. 2020년 한 해 25번이던 발사가 2025년엔 165번까지 뛰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근처에 못 온 기록이다. 그사이 팰컨9 누적 발사는 1,000번을 넘겼다. 2020년엔 크루 드래건으로 NASA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에 실어 날라, 미국이 9년 만에 자국 로켓으로 사람을 우주에 올리는 능력을 되찾았다. 그전까진 러시아 로켓에 돈 내고 얻어 탔다. 위성인터넷 스타링크는 지금 약 1만 기가 하늘을 돌며 역사상 최대 위성군이 됐다.

압권은 스타십이다. 엔진 33개로 200톤 넘는 화물을 궤도에 올리는, 인류가 만든 가장 크고 센 로켓. 2024년 10월엔 이 스타십의 70m짜리 부스터가 우주에서 되돌아와, 발사탑에 달린 거대한 금속 팔 사이로 스르륵 잡혔다. 젓가락으로 젓가락을 집듯 탑이 로켓을 공중에서 낚아챈 것이다. 인류가 처음 본 장면이었다.

침 뱉음당하던 남자가 22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머스크의 화성 얘기도 그냥 몽상으로 넘기기는 어렵다.

머스크가 그린 화성

명분도 있고 실력도 증명했다면, 화성은 얼마나 크게 그렸을까.

2016년, 머스크는 화성에 100만 명이 사는 자급자족 도시를 목표로 걸었다. 2020년엔 시점까지 못 박았다. "2050년까지 100만 명." 방법도 붙였다. 스타십을 해마다 100대씩 만들어 10년이면 1,000대.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26개월마다 한 번, 그때 10만 명씩 실어 보낸다는 그림이다.

로켓 1,000대를 함대처럼 굴려 2년에 한 번씩 대이주. 스케일 하나는 확실히 남다르다.

'머스크 시간'이라는 말

문제는 날짜다. 머스크가 부른 화성 일정은 거의 다 밀렸다.

2016년엔 2018년에 무인선을 보내겠다고 했다. 2017년엔 2022년 무인, 2024년 유인. 그 해들은 그냥 지나갔다. 2025년엔 목표가 또 밀려 "2026년 무인, 유인은 2029년쯤"이 됐다.

업계엔 '머스크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머스크가 부르는 일정은 늘 너무 낙관적이라 십중팔구 늦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렇다. 팰컨9 재사용도, 크루 드래건도, 젓가락 캐치도 다 약속보다 늦게 왔다. 늦었을 뿐, 결국은 왔다. 날짜는 밀려도 방향이 틀린 적은 드물었다.

2026년 2월 '달 먼저' 선언도 그 연장이다. 화성을 몇 년 미루고 달에 먼저 도시를 짓기로 했다. 달은 사흘이면 닿고 기회도 자주 오지만, 화성은 26개월에 한 번뿐이다. 달을 화성의 예행연습으로 삼겠다는 뜻에 가깝다. 포기가 아니라 순서 바꾸기다.

아직 남은 벽

그렇다고 장밋빛만 칠할 순 없다. 어려운 구간이 남았다.

스타십부터가 그렇다. 부스터는 잡아냈지만, 그 위에 얹히는 우주선은 2025년 시험에서 여러 번 터졌다. 화성까지 사람을 나르려면 궤도에 올라 되돌아오고 통째로 다시 쓰는 걸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2026년 중반까지도 거긴 아직 완성 전이다.

도착한 뒤도 만만찮다. 화성을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바꾸겠다며 머스크가 내놓은 아이디어부터가 그 자체로 밈이 됐다. 2019년 머스크는 트위터에 딱 두 단어를 올렸다. "Nuke Mars!" 화성에 핵을 쏘자는 거다. 며칠 뒤엔 진짜로 'Nuke Mars' 티셔츠를 25달러에 내다 팔았다. 농담 같지만 발상은 이렇다. 화성 극지방에 언 이산화탄소를 핵으로 녹여 대기를 두껍게 데우면 행성이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2018년 NASA가 후원한 연구의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 기술로는 안 된다. 화성 기압은 지구의 1%에도 못 미치는데, 극지방 얼음을 다 녹여도 데울 만한 이산화탄소가 애초에 모자란다. 핵을 왕창 터뜨리면 오히려 먼지가 햇빛을 가려 '핵겨울'로 더 추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기압이 이렇게 옅으면 표면에 물을 부어도 액체로 못 남고 그대로 끓어 날아간다. 여기에 강한 우주 방사선, 지구 3분의 1짜리 중력까지 겹친다. 화성에 '가는' 것과 화성에서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뒤쪽은 아직 멀다.

그래서, 화성은 언제 가나

정리하자. 머스크의 화성 꿈은 20년 넘게 그대로다. 그 꿈을 실어 나를 스페이스X는 로켓을 손으로 잡고 1년에 165번 쏘는 회사가 됐다. 다만 못 박은 날짜는 습관처럼 밀렸고, 마지막 구간엔 로켓과 과학이라는 벽이 남았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이건 말잔치가 아니다. 침 뱉음당하고 세 번 폭발하고도 살아남은 회사가, 지금은 NASA가 수조 원을 거는 로켓을 날리고 부스터를 되잡는다. 화성이 2030년대일지 그 후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이 지금도 그쪽으로 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음 기회는 2026년 말, 그다음은 2028년. 이번엔 지켜질까. 그건 그때 다시 보면 된다.